
고등 수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순간은 개념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공식이 기억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응용문제만 만나면 손이 멈출 때였어요. 기본문제는 교과서 예제와 비슷해서 곧잘 풀었는데 조건이 조금만 달라지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어요. 문제집 해설을 보면 이해가 되니까 저는 단순히 문제를 많이 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반복됐어요.
별내동 수학과외 수업을 시작하면서 처음 확인한 것도 제가 얼마나 많은 공식을 외웠는지가 아니었어요. 문제를 읽고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를 살펴봤어요. 저는 문제를 읽자마자 눈에 익은 숫자와 표현을 찾고 바로 식부터 만들려고 했어요. 잘 풀리는 문제에서는 이 방법이 빠르지만 응용문제에서는 오히려 막히는 원인이 됐어요. 주어진 조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기억나는 풀이를 끼워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여러 개념이 함께 들어간 문제에서 이런 습관이 잘 드러났어요. 처음에는 어느 단원의 공식을 써야 하는지만 고민했어요. 풀이가 떠오르지 않으면 문제집 앞부분의 개념 설명을 다시 읽었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바로 해설을 확인했어요. 그렇게 공부하고 나면 그날은 이해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며칠 뒤 형태가 달라진 문제를 만나면 다시 처음 보는 문제처럼 느껴졌어요.
수학과외 수업에서는 응용문제 연습 방식을 바꿨어요. 답을 구하기 전에 문제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조건부터 제 말로 정리했어요. 무엇이 주어졌는지와 최종적으로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를 분리해서 보는 연습도 했어요. 문제에 등장하는 조건마다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니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문장들이 풀이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어요.
한 문제를 오래 붙잡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십 분 넘게 아무것도 쓰지 못하면서 머릿속으로만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제는 막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먼저 적었어요.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개념을 떠올리고 그 개념으로 구할 수 있는 중간 결과가 있는지도 살펴봤어요. 처음부터 완성된 풀이를 생각하려고 하지 않으니 빈 종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줄었어요.
해설을 보는 방법도 중요한 변화였어요. 전에는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읽고 이해되면 넘어갔어요. 지금은 제가 멈춘 지점까지만 확인한 뒤 해설을 덮고 다시 풀어봤어요. 첫 번째 식을 왜 세웠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어요. 풀이를 그대로 옮겨 적는 대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연결 과정만 표시했어요.
응용문제라고 해서 어려운 문제만 계속 푸는 것도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요. 기본 유형을 정확하게 풀 수 있는지 확인한 다음 조건이 하나씩 변형된 문제를 연결해서 연습했어요. 같은 개념이 어떤 모습으로 달라지는지 비교하면서 풀다 보니 문제의 겉모양보다는 안에 들어 있는 구조를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어려운 문제를 무작정 많이 풀 때보다 제가 어느 단계에서 흔들리는지도 찾기 쉬웠어요.
복습할 때는 틀린 문제를 전부 다시 푸는 대신 이유를 구분했어요. 개념 자체가 헷갈렸는지 조건을 빠뜨렸는지 계산 과정에서 실수했는지 아니면 풀이 방향을 잡지 못했는지를 확인했어요. 그중 응용문제 연습에서는 풀이 방향을 잡지 못했던 문제를 특히 다시 봤어요. 정답을 외우지 않기 위해 며칠 정도 간격을 두고 풀이 흔적을 가린 상태에서 처음부터 접근했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공부하면 한 문제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실제로 문제집 진도도 예전보다 천천히 나갔어요. 하지만 풀었던 페이지 수만 확인하던 때와는 공부의 내용이 달랐어요. 문제를 맞혔더라도 왜 그 방법을 선택했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다시 살펴보게 됐고 틀렸더라도 접근 과정이 맞았다면 어느 단계에서 오류가 생겼는지 찾을 수 있었어요.
고등 학생에게 필요한 응용문제 학습방법은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많이 경험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기본 개념을 문제의 조건과 연결하고 막힌 위치를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별내동에서 공부하면서 저에게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도 문제를 보자마자 공식을 찾는 습관에서 벗어난 것이었어요.
요즘은 처음 보는 문제가 나오더라도 바로 포기하거나 해설부터 펼치지는 않아요. 조건에 표시를 하고 알고 있는 것과 구해야 하는 것을 나눈 뒤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을 하나씩 연결해 봐요. 모든 응용문제를 쉽게 풀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디에서 막혔는지를 모르던 예전과는 달라졌어요. 저에게 응용문제 연습은 어려운 문제를 많이 쌓아두는 공부가 아니라 낯선 문제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가는 공부가 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