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과정을 모두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문제집을 펼치면 어느 단원부터 다시 봐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목차만 바라보는 예비고 학생이 있었어요. 방정식은 익숙한 것 같고 함수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실제로 문제를 풀어 확인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날 기분에 따라 쉬운 단원을 골라 몇 장씩 풀었고 막히는 문제가 나오면 아직 고등 수학을 시작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운중동 수학과외 수업에서 중학교 과정의 여러 단원을 섞어 점검해 보니 어려움의 원인은 선행 부족보다 단원별 복습이 일정하지 않은 공부습관에 가까웠어요.
학생은 문제를 많이 풀면 복습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 번 책상에 앉으면 두 시간 동안 문제집을 풀기도 했지만 다음 날에는 수학책을 펼치지 않았어요. 채점한 뒤 틀린 문제의 답을 고치는 데도 익숙했어요. 풀이를 다시 읽고 정답과 비슷하게 옮겨 적으면 공부를 마친 것으로 여겼지요. 며칠 후 같은 유형을 다시 제시하자 식을 어디에서 세워야 하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계산을 시작한 뒤에도 부호를 자주 놓쳤어요. 오래 공부한 날은 있었지만 배운 내용을 다시 꺼내 보는 과정은 거의 없었던 셈이에요.
처음에는 중학교 수학의 단원을 한꺼번에 복습하지 않았어요. 목차를 보면서 수와 연산 문자와 식 방정식과 부등식 함수 도형 확률과 통계처럼 영역을 나눈 뒤 짧은 진단 문제를 풀어 보았어요. 정답 개수만 세지 않고 풀이를 시작하는 데 걸린 시간과 중간에 멈춘 지점을 함께 확인했어요. 답은 맞았지만 공식이 떠오르지 않아 여러 번 시도한 문제도 복습 대상으로 표시했어요. 반대로 틀렸더라도 계산 한 줄에서 실수한 문제는 개념을 모르는 경우와 구분했어요. 이렇게 살펴보니 학생이 막연히 어려워했던 함수보다 식의 변형과 연립방정식에서 빈틈이 더 자주 나타났어요.
복습 순서는 학년 순서가 아니라 연결되는 개념을 기준으로 정했어요. 문자식 계산을 먼저 점검하고 그다음 방정식과 부등식으로 넘어갔어요. 함수 단원에서는 그래프 모양만 외우지 않고 식에 있는 수가 변할 때 그래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그려 보게 했어요. 도형은 공식을 새로 암기하기 전에 문제의 조건을 그림에 표시하는 연습부터 시작했어요. 단원마다 공부 방식이 조금씩 달라야 했기 때문에 모든 날에 같은 분량을 정하지도 않았어요. 계산이 중심인 날에는 짧은 문제를 여러 번 풀고 개념의 연결이 필요한 날에는 한 문제를 오래 설명해 보는 방식으로 조절했어요.
학생의 공부습관을 바꾸기 위해 하루 목표도 페이지 수에서 행동 중심으로 바꾸었어요. 문제집 열 쪽 풀기 대신 전날 틀린 문제 두 개 다시 풀기와 오늘 공부할 개념을 말로 설명하기처럼 끝을 확인할 수 있는 목표를 적었어요. 수업이 없는 날에는 새로운 문제를 계속 늘리지 않고 전날 표시한 문제부터 빈 종이에 풀었어요. 답이나 풀이가 기억나더라도 처음부터 식을 다시 세웠고 같은 자리에서 또 막히면 문제 옆에 이유를 짧게 남겼어요. 공식을 잊었는지 조건을 빠뜨렸는지 계산 과정이 길어져 헷갈렸는지를 구분하니 자신이 반복해서 보이는 실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매일 복습하는 것이 번거롭다며 주말에 몰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나 주말에 여러 단원을 한꺼번에 보면 틀린 이유를 기억하지 못해 해설을 다시 읽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이후에는 평일에 짧게라도 수학을 펼치는 쪽으로 바꾸었어요. 새 문제를 푼 날에는 바로 채점했고 다음 날에는 표시한 문제만 다시 봤어요. 일주일이 끝날 때에는 그동안 공부한 단원에서 문제를 섞어 풀며 개념을 구별할 수 있는지 확인했어요. 단원별로 공부한 뒤 섞인 문제까지 점검하니 문제 제목이 없어도 어떤 개념을 사용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연습이 되었어요.
예비고 시기에는 고등 과정의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만큼 중학교 수학을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이 중요해요. 이 학생도 복습 초기에는 아는 단원과 모르는 단원을 느낌으로 구분했지만 점차 자신의 풀이를 근거로 판단하게 되었어요. 어렵다는 말 대신 식을 정리하는 부분에서 막혔어요 또는 그래프의 교점을 식으로 연결하지 못했어요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했어요. 무엇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되자 책상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도 줄었어요.
단원별 복습은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다시 배우는 과정이 아니에요. 현재 남아 있는 개념과 흐릿해진 개념을 가려내고 서로 연결하는 시간에 가까워요. 하루에 많은 양을 끝내는 것보다 확인하고 다시 풀고 설명하는 흐름을 꾸준히 지키는 편이 예비고 학생에게 더 안정적인 공부습관이 될 수 있어요. 이 학생에게도 가장 큰 변화는 문제집을 빨리 넘긴 것이 아니라 오늘 복습한 내용과 다음에 확인할 내용을 스스로 구분하게 된 점이었어요.
